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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작성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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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유경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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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치단결 - 무덤 속의 길, 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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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치단결 - 무덤 속의 길, 생
1 나무들이 순간순간 길을 만든다
멀리 가면 오래도록 걸을 수 있는 짐승이 될 수 있을까
내 희망은 먼 나라 푸른 사내의 아내
2 아나디르 강을 따라가면 축치족이 살고 있어 한 가정마다 천오백 마리
의 순록을 키우고 모두 함께 아침을 먹고 점심은 없고 저녁을 먹어 아이들
은 순록의 젖을 빨고 까만 눈동자를 지녀 가끔 너를 날려버릴 듯한 블리자
드*가 지나가면 맑고 고요한 하늘을 볼 수 있어 물론 어디에도 길은없어
너의 길도 내 길도그리고 순록의 길까지도 우리가만들 거야, 뿌리뽑힌
나무들이 고요 속으로 들어갈 때, 네가 말했다
3 시린 바람에도 줄을 타고 다니는 시간이 거꾸로 매달려
햇빛 속에 눈감고 있을 때, 내 태동은 시작됐다
엄마 치마 밖으로 손을 내밀어 세상의 공기를 만져보곤 했으나
아버지는 자꾸만 내 첫 길로 들어와 자궁 속에 봉분을 만들었다
나는 빈 봉분 속에 누워 숲으로 난 길을 꿈꾸었다
나무가 자라지 않는 숲, 종일토록 시계의 태엽을 감았다
꿈꿀 수 없는 새들이 머리 위에서
더이상 걸을 수 없다는 말과 검은 깃털을 떨구곤 했다
밤길에서 나를 덮친 몇 번의 고백에 대해
고개 돌리며 걸었으나, 이미 반쯤 산 것일까
4 배가 고파요 엄마 풍선처럼 먹고 나도 배가 고파 캥거루처럼뛰고 나
면 빈 주머니가 배가 고파 순식간에 갯벌을 메우는 밀물처럼누군가 보고
싶어 달콤한 키스가 갖고 싶어 밤이 오면 해풍이 불어올까 내 머리칼을 만
져줄까 온몸에 미역을 휘감고 바다로 갈래 심해에 둥그런 집을짓고 아이
처럼 잠들래, 천년쯤. 지구가 붉게 물들 때 세상의 붉은 것들이 내 손을 잡
아끌면, 부른 잠에서 나올래, 쭈글쭈글한 얼굴로 심장을 툭툭 치며
5 동시상영 영화관에서 너와 마주쳤다
그대 그리고 나의 영화가 반쯤 지나갔을 때
나는 어둠의 공중에 헛발을 디디며 비상구를 찾아나온다
이제 막 태어난 나를 저녁 거리에 세워놓는다
배가 고파, 이 긴 다리로 어디로 가지
불 꺼진 상점 유리창에 비친 늙은 살갗의 여자 곱추
등을 툭툭 치며
길을 툭툭 치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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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hit : 296 date : 13/04/27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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